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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화. 2003. 감자를 마케팅하라
    비단생 스토리 2016. 6. 18. 03:52

    쇼핑몰 오픈 첫해, 3개월이나 걸려 팔았던 감자 30박스는 이듬해 2001년 10톤(500박스), 2002년 50톤(2,500박스), 2003년 100톤, 2004년 200톤... 이렇게 매해 폭발적으로 늘어갔다. 감자가 주력상품이 되어 찰옥수수, 고구마 등 영월지역 농특산물을 연간 50여종 취급하면서 쇼핑몰 매출도 그와 함께 신장하였다.

    감자가 그렇게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된 배경에는 "강원도 감자가 왜 이리 분이 안 나요?"에 대한 해답을 찾은 데 있었다.

    2001년 여름.

    하지를 앞두고 햇감자가 나올 때인지라 감자를 찾아 헤매고 다닐 무렵이었다. 의외로 영월지역에는 감자 재배 농가가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서강 인근의 한 농가 하우스에서 감자를 캐는 걸 직접 보게 되었고, 그 농가를 찾아가 이 감자를 수매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뜸,

    이거 분나는 감자인데, 취급할 수 있겠어요?

    아니, 분나는 감자라니. 그렇게 찾아 헤매던 분나는 감자를 바로 눈앞에서 목격하게 되다니.

    그 농민과의 대화를 통해 경매시장에 나가려면 반찬용인 수미감자를 재배해야 한다는 것이고, 분나는 감자는 선농(대서)이라는 종자인데, 포테이토칩 만드는 종자라며, 찌면 분이 잘 나지만 경매시장을 통한 유통을 하기에는 수미감자에 비해 쉽사리 썩는 문제가 있어 시장에서는 수미감자에 비해 값이 덜 나오게 된다며, 그래서 대부분의 농가가 수미를 재배한다는 설명이었다.

    그 분나는 감자를 하우스에서 캔 걸 통째로 다 사서 쇼핑몰에 올렸다. 역시 반응은 게시판에 바로 나타났다. 쪄먹으니 분이 포삭하게 갈라져 너무 맛있다는 것이다. 게시판에 추천 릴레이가 이어지며 200박스 매입한 것이 한 달도 안 되어 다 팔려 나갔다.

    쇼핑몰 시작 후 처음 만났던 분나는 감자


    표면이 쫙쫙 갈라진다


    뽀샤시 감자

    이렇게 만나게 된 분나는 감자는 뽀샤시 감자라는 예쁜 이름을 달고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뽀샤시 감자는 분나는 감자의 대명사가 되었고, 쇼핑몰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감자수매량이 늘어감에 따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점점 늘어만 갔다.

    보관과 선별의 문제

    우선 여름에 캘 때 한꺼번에 가져와야 하기에 감자를 보관할 창고가 마땅치 않았다. 컨테이너박스 근처로 천막을 3동이나 쳐가면서 창고를 늘려갔지만 그 역시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무실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50평 규모의 저온창고를 임대해야 했다.

    저온창고와 뽀샤시감자, 그리고 나

    흔히 농산물 인터넷쇼핑몰을 한다고 하면 사무실에 컴퓨터 한 대 놓고 주문만 받아 생산지에서 포장해서 발송하는 시스템을 생각하기 쉽다. 당시 나 역시 그런 오해 아닌 오해를 많이 받았다. 컨테이너 사무실에 컴퓨터 한 대 놓고, 매일 택배차량이 그득하게 실려 나가는 걸 보면서, 참 일 쉽고 편하게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20여분 떨어진 저온창고에서 어떤 작업이 이루어지는지는 전혀 상상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감자를 수매하고 선별해서 포장하고, 규격 외 감자는 다시 저온고에 넣고. 이렇게 하루 종일 이루어지는 작업은 고된 육체노동을 수반해야 하는 일이었다.

    광속으로 늘어나는

    또 다른 문제로는 매입자금의 문제였다. 목돈을 들여 수매해서 수개월에 걸쳐 쪼개서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매입 자금이 의외로 많이 필요했다. 매출이 늘어나면 해결될 줄 알았더니 매출이 늘어날수록 매입규모가 늘어나 자금 감당이 더 안 되는 구조였다. 이 희한한 구조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3년째 결산을 해보니 부채는 1억 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2천여만 원의 빚으로 시작한 쇼핑몰 사업이 3년째 어떻게 1억 원이라는 빚으로 남게 되었는지, 그것도 매출이 매해 2배씩 늘어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답은 장사를 처음 해보는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불가 항목이었다.

    계약재배

    뽀샤시감자는 농가들과 따로 계약을 해야만 물량 확보가 가능했다. 결국 봄철 감자계약자금과 여름철 감자 수매 자금은 언제나 고민이었다. 그것은 매출이 늘어날수록 계약재배 물량도 늘어나면서 점점 더 심화되었다.

    불량감자 처리

    감자를 캐보면 굵기가 제각각이다. 지름 기준으로 3cm내외에서 10cm 정도까지. 보통 5~8cm크기가 쪄먹기에 가장 좋기에 쇼핑몰에서는 그 크기만을 선별해서 내보내고, 더 굵은 것은 따로 선별해 제천 농산물 시장에 경매로 내면 되었지만 작은 크기의 감자가 문제였다.

    인터넷으로도 판매할 수가 없고, 농산물시장에서도 값이 전혀 나오질 않아 선별 인건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크기였다. 농가에서 수매할 때 따로 빼고 수매하면 되겠지만 그렇게 하면 그 작은 감자는 농가에서도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해법은 내가 모두 수매해서 작은 감자는 어떻게 해서든 가공해서 판매를 해보자는 방식이었다.

    전량수매

    작고 못생긴 감자까지 모두 가져와서 가공하는 일은 처음 100톤까지는 할만 했다. 작고 못생긴 감자는 보통 20% 정도의 비율이 나오기에 100톤 수매하면 20톤 정도의 양이 남아 그 정도의 감자는 가내수공업으로 감자옹심이도 만들고 감자떡도 만들고 해서 다시 쇼핑몰에 올려 판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수매량이 200톤, 300톤 늘어나자 남는 감자만 100톤에 육박하는 상황이 발생하는지라 이 정도의 양은 도저히 가내수공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도 안 되며, 또한 감자옹심이나 감자떡 만드는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

    옛날식 감자떡 가내수공업

    감자 가공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했다. 

    결국 전량수매 원칙을 고수한 덕에 감자 가공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고민하기에 이르렀으니, 영광을 기약할 수 없는 또 다른 고난의 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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