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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화. 2002. 인터넷 쇼핑몰로 밥 벌어먹고 사는 법
    비단생 스토리 2016. 6. 18. 03:50

    벌써 3번째 이사이다. 영월에 오자마자 첫해를 시내에서 보내고는 1년에 한 번씩 이사 다닌 것이. 인터넷쇼핑몰이라고 열었지만 매출은 매달 몇 백 수준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손에 쥘 수 있는 돈이라고는 겨우 몇 십만 원 정도. 이 정도로는 네 식구 생계유지로 어림도 없었다.

    첫해 겨울 내내, 귤을 떼어와 길가에서 판매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대전 유성장터까지 내려가서 건고추를 판매하고 올라오기도 했으며, 여름에는 찰옥수수를 길거리에서 쪄 팔면서 인터넷쇼핑몰 사업을 병행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이사 오면서 보증금 5백만 원에 얻었던 작은 평수의 아파트마저 쇼핑몰 운영비와 생활비를 위해 보증금을 빼낼 수밖에 없어, 결국 보증금도 없는 팔괴 시골마을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 했다. 그러기를 두 해 째.

    초기에는 아무래도 인근에서 나오는 산간지방의 특색을 살린 농산물 위주였다. 

    산더덕,산두릅,태양초고추,황토고구마,산머루,노지표고버섯 등


    감자 옥수수를 비롯한 농산물은 매출기여도는 높았지만 사계절 지속적인 판매는 어려워 매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사계절 아이템을 개발해 나가야 했다. 

    더덕을 수매하면 좋은 것은 생으로 판매를 하고, 생으로 판매하기 곤란한 것들은 따로 모아서 껍질을 일일이 손으로 까서 양념을 묻혀 양념더덕으로 판매하였다. 봄에 산딸기를 취급할 때면 생으로 판매하고 남는 물량은 모두 산딸기잼을 만들어 판매해야 했다. 그렇게 농산물 판매는 자연스럽게 농산물 가공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가공의 몫은 아내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이템을 같이 정하고 나면 대부분 아내의 손을 거쳐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재가공 되어 쇼핑몰에 상품이 되어 올려졌다. 비록 대량생산은 아니었지만 계절마다 색다른 가공품들은 쇼핑몰 고객들에게는 꽤 인기 있는 품목으로 자리 잡아 사계절 매출에 기여하면서도 쇼핑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산딸기잼을 만들기 위해 밤새도록 잼을 저어야 하는 일은 고된 중노동이었고, 아내는 나중에서야 얘기했지만 산딸기잼을 만들다가, 그 많은 더덕을 일일이 손으로 까다가 울기도 많이 울었노라고 했다.

    그리고 위탁가공 제품들

    해발 1천 미터 가까이의 높은 산에서 채취되는 떡취로 만든 취떡, 구수한 옥수수분말을 섞어 넣어 국산단팥을 가마솥에 푹 쪄서 만든 옥수수찐빵, 여름에 찰옥수수를 판매하면서 남는 옥수수를 잘 말려두었다가 겨울에 뻥튀기로 해서 판매하고, 직접 만들기 곤란한 이런 제품들은 아이디어를 제공해서 위탁가공하고 그걸 사무실로 가져와 다시 소분해서 판매를 하였다.

    이 맛난 모든 것들(산딸기잼,취떡,옛날식감자떡,고구마선식,옥수수찐빵,찰옥수수튀밥)


    위탁 생산했던 장아찌가 빛을 보면서 의외의 광고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장아찌의 맛은 하이텔동호회 회원들을 통해 입소문이 났고, 그걸 우연히 본 우먼센스 잡지사 기자로부터 연락이 와서 본의 아니게 기사로 나게 되었다. 비록 의도하지 않게 나갔던 기사였지만 회원이 급증하게 된 계기가 된 기사였다.

    잡지 기사의 위력을 처음으로 새삼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이 쇼핑몰을 활성화시키기 시작해 쇼핑몰 시작하고 2년 정도 지나면서부터 비로소 쇼핑몰 매출만으로도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2년 후에는 비록 조금의 대출을 끼기는 했지만 작은 평수의 아파트도 장만하면서, 1년에 한 번씩 이사 다닌 3년간의 팔괴 대장정 시절을 마무리하고 다시 영월 시내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 사이 영월에는 매년 농산물 쇼핑몰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 그 많은 인터넷쇼핑몰들. 인터넷쇼핑몰로 밥 벌어 먹고 살기란 그토록 쉽지 않은 분야였던 것이다.

    3년간의 팔괴 대장정 시절, 세번째 집 마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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